냉각수는 물이 아니다?

흔히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 같은 기름을 넣으면 달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연료를 태워야 자동차가 움직이기는 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모든 부분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액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액체들은 하나라도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차의 건강과 사람의 안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과연 자동차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액체가 쓰이고 있을까?

휘발유와 경유 같은 연료는 끝에 붙는 한자 ‘유’(油)자 때문에라도 기름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휘발유와 경유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자동차용 연료인 LPG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체 상태인 가스라고 생각한다. LPG는 액화 석유 가스(Liquified Petroleum Gas)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니 가스가 맞기는 하다. 하지만 잠깐. 맨 앞의 두 글자인 ‘액화’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이것은 석유 가스를 액화, 즉 액체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가스는 가스인데, 자동차 안에서는 액체 상태로 보관되니 이것도 액체라고 볼 수 있겠다.

얘네들 말고... 사진출처는 소속사.

얘네들 말고… 사진출처는 소속사.

그런데 왜 굳이 기체 상태인 LPG를 액화시켜 쓰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보관과 운반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LPG는 크게 프로판 가스와 부탄 가스로 나뉘는데, 자동차용 연료는 주로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연료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탄 가스다. 택시나 렌터카의 트렁크를 열어보면, 짐 공간의 절반 정도를 LPG 탱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연료탱크를 가득(실제로는 안전 때문에 75% 정도) 채우면 대략 200~250km 정도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부탄 가스를 액화하지 않고 기체 상태 그대로 연료로 쓴다면, 겨우 200~250km를 달리기 위해 중형차 트렁크 150개 정도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LPG 탱크가 필요하다.

기체 상태의 부탄 가스는 액체 상태일 때보다 부피가 230배 정도 크기 때문이다. 차를 움직이기 위해 엄청난 크기의 연료 탱크가 필요하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될 것이다.

겨울이라 캐비넷 히터에도 많이들 쓰시죠? 부탄. 사진출처는 구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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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이 연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액체로는 엔진 오일과 냉각수를 들 수 있다. 흔히 엔진 오일을 윤활유라고도 하는데, 사실 엔진 오일은 엔진이라는 기계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진 윤활유의 한 종류일 뿐이다. 그러나 엔진 오일은 단순히 엔진을 구성하고 있는 기계 부품의 작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 말고도 많은 일들을 한다. 엔진의 구석구석을 흐르면서 각각의 부품이 녹스는 것을 막아주고, 냉각수와 함께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엔진 내부의 밀폐를 도와 엔진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3리터 들이 깡통에 든 엔진 오일. 여성 운전자를 위한 제품일까? 사진출처는 구글링...

3리터 들이 깡통에 든 엔진 오일. 여성 운전자를 위한 제품일까? 사진출처는 구글링…

냉각수는 말 그대로 엔진을 식혀주는 액체다. 일반적으로 엔진은 섭씨 93도 정도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낸다. 그런데 엔진 안에서는 끊임없이 연료가 타기 때문에, 주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엔진은 점점 온도가 높아진다. 이런 엔진의 열을 적당한 온도로 낮추기 위해 쓰이는 것이 냉각수다. 냉각수라는 말의 끝에 ‘수’(水)자가 붙기 때문에 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냉각수의 성분은 물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냉각수가 부족할 때에 물을 보충하면 되기는 하지만, 물도 아무 물이나 넣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는 물만 계속 보충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냉각수에는 부동액이 첨가된다. 부동액은 냉각수에서는 물의 어는점을 떨어뜨려 추운 날씨에서도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액체다. 물은 섭씨 0도에서 얼지만, 냉각수는 부동액을 얼마나 많이 섞느냐에 따라 훨씬 낮은 온도에서 언다. 일반적으로 냉각수는 증류수와 부동액을 4: 6 또는 5: 5의 비율로 섞어 쓰는데, 이렇게 하면 영하 25도에서 35도까지는 냉각수가 얼지 않아 무리 없이 엔진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냉각수의 양이 줄어 물을 보충하게 되면 부동액의 농도가 점점 옅어진다. 부동액의 농도가 35% 정도로 떨어지면, 영하 15도 부근만 되어도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냉각수 자체가 얼어서 순환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물은 얼면 부피가 커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워터 재킷이라는 갇힌 공간에 있는 냉각수가 얼면 한겨울 강원도 스키장에라도 놀러갔다가는 엔진이 얼어 터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이 되기 전에는 항상 냉각수를 교체하거나 부동액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보충해주어야 한다.

부동액 원액을 이렇게 곧바로 넣으면 좋지 않다.  수돗물과 혼합 조제한 냉각수라고 생각하자. 사진출처 역시 구글링.

부동액 원액을 이렇게 곧바로 넣으면 좋지 않다.
수돗물과 혼합 조제한 냉각수라고 생각하자.
사진출처 역시 구글링.

또한 냉각수가 부족하다고 아무 물이나 부어 보충하면 안 된다. 특히 지하수, 우물물, 시중에서 파는 먹는 샘물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물들에는 흔히 미네랄이라고 부르는 칼슘, 나트륨, 철분 등의 금속 성분이 들어있다. 이런 성분이 계속 공급되면 라디에이터에 쌓여 냉각수가 식는 것을 방해한다. 급할 때 한두 번 정도는 괜찮지만, 가급적이면 수돗물이나 증류수 이외의 물을 냉각수로 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부동액의 주성분 중 하나인 에틸렌글리콜은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비타민’에 ‘부동액으로 [옷]을 만들 수 있다’라는 내용을 보내면 방송이 될 지도 모르겠다. 다만 에틸렌글리콜은 인체에 유독한 성분이기 때문에, 최근에 나오는 부동액에는 에틸렌글리콜 대신 무독성 원료(저독성이 맞겠지…)로 알려진 프로필렌글리콜이 주로 쓰이고 있다.

엔진 오일과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 흔히 미션 오일이라고 하는 변속기 오일이다. 변속기 역시 엔진만큼이나 많은 기계 부품들이 들어있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되기 때문에 윤활작용이 필수다. 그러나 엔진 오일과 변속기 오일은 구성하고 있는 부품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을 쓸 뿐 아니라, 수동변속기용 오일과 자동변속기용 오일도 구분해 써야 한다. 뒷바퀴굴림 또는 네바퀴굴림차에서 흔히 ‘데후’라고 하는 디퍼렌셜(엔진의 회전력을 좌우 바퀴로 나누어주는 부품)에도 미션 오일과 비슷한 성격의 디퍼렌셜 오일이 들어간다.

또 하나의 중요한 액체로는 브레이크와 클러치의 작동에 필요한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을 들 수 있다. 이들도 흔히 브레이크 오일, 클러치 오일이라고 불리지만, 순수한 기름 성분만 쓰이지는 않기 때문에 오일이라기보다는 액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영어로도 흔히 brake fluid, clutch fluid라고 쓰인다).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은 브레이크와 클러치에 직접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작동에 필요한 압력을 유지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보통 같은 것을 쓴다.

대부분 이 액체들에 대해서는 소홀하기 쉬운데, 이 액체들은 주성분이 식물성 오일과 알코올로 이루어져 있어 물기를 잘 흡수한다. 물기를 머금은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은 성능이 나빠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교환해야 한다.

'정의로운 형제' 브랜드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액. 대개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은 같이 쓰인다. ⓒGM Corp.

‘정의로운 형제’ 브랜드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액.
대개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은 같이 쓰인다. ⓒGM Corp.

일반적으로 엔진 오일은 연한 갈색, 부동액은 녹색, 자동변속기 오일과 파워 스티어링 액은 빨간색,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은 무색이나 연한 금색, 여름용 워셔액은 연한 파란색, 부동액 성분이 들어가는 겨울용 워셔액은 녹색을 띤다. 간혹 군대에서 고참들이 운전병이나 정비병 교육 때에 여러 종류의 오일 및 액체를 맛을 보고 찾아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자동차에 쓰이는 오일이나 액체 가운데 먹어서 건강에 좋을 것은 없겠지만 독성이 강한 부동액은 정말로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용 워셔액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 액과 클러치 액은 먹어보려고 해도 무척 괴로울 것이다. 아주까리기름(피마자유)이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냄새도 맛도 아주 고약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자동차에 쓰이는 액체에는 오일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참 많은데, 실제로 천연이든 합성이든 순수한 ‘기름’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냉각수를 ‘냉각제’, 변속기 오일을 ‘변속기 액’이라고 부르기엔 영 어색하다.  뭔가 좋은 표현이 없을까?

엔진 오일은 최소한 이렇게 깔대기를 이용해 주입하는 것이 정석. ⓒGM Corp.

엔진 오일은 최소한 이렇게 깔대기를 이용해 주입하는 것이 정석. ⓒGM Corp.

[ 2006-04 /  GM대우 사보 ‘Driving Innovation’ ]

Jason Ryu

제이슨류쩜넷 운영자, 메탈헤드 류청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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